소설가 성해나, 핵심만 파고들기
2020년대 한국 문학의 가장 주목받는 이름, 성해나. 그의 소설은 동시대의 가장 예민한 균열을 정면으로 응시합니다. ‘타인에 대한 이해’, ‘진짜와 가짜의 경계’, ‘사회적 갈등’과 같은 복잡한 주제를 파고들면서도, 그는 섣부른 판단이나 위로를 건네지 않습니다. 대신, 독자를 모호하고 불편한 질문의 한가운데로 이끄는 그의 문학 세계, 그 핵심을 들여다봅니다.
문학적 원점: 현장을 기록하는 관찰자의 탄생
1994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난 성해나는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소설을 썼고, 작가의 꿈을 안고 서울예대에 진학했습니다. 2019년, 중편소설 「오즈」로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의 문학은 개인적 경험보다 치열한 '관찰'과 '경청'에서 출발합니다. 그는 "이해할 수 없는 타인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소설을 쓰는 이유라고 말하며, 이를 위해 직접 현장으로 뛰어듭니다. 「스무드」를 쓰기 위해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고 재미교포를 인터뷰했으며, 「혼모노」를 위해 점집을 찾아다니고, 「구의 집」을 위해 건축가와 함께 고급 아파트를 답사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그의 글쓰기는 상상에만 기대는 것이 아니라, 직접 보고 듣고 기록하는 인류학자의 태도와 닮아 있습니다.
문학 세계: 모호함의 미학과 ‘느린 인정’의 윤리
성해나의 소설은 명쾌한 해답 대신 복잡한 질문을 던집니다. 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이해의 불가능성’과 ‘진짜와 가짜의 모호함’입니다.
그는 타인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며, ‘성급한 이해’ 대신 ‘느린 인정’의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장편소설 『두고 온 여름』은 이복형제인 두 주인공의 시점을 교차 서술하며 끝내 서로에게 닿지 못하는 마음의 간극을 보여줌으로써 이러한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냅니다.
두 번째 소설집 『혼모노』에서는 ‘진짜와 가짜’의 이분법을 해체합니다. 표제작 「혼모노」의 30년 차 무당은 신기를 잃고 ‘가짜’로 전락하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는 순간 ‘진짜 가짜’가 되어 오히려 자유를 얻습니다. 이는 흔들리는 자신을 그대로 끌어안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자기 자신에 가까워지는 길이라는 작가의 철학을 보여줍니다.
그의 문체는 화려함보다 정확함을 추구하는 ‘정문(正文)’에 가깝고 , 결말을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는 열린 구조를 통해 독자가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하게 만듭니다.
문단의 주목: 빛과 어둠을 넘나드는 목소리
성해나는 등단 이후 평단과 독자의 뜨거운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2024년과 2025년 연이어 젊은작가상을 수상하고 이효석문학상 우수작품상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며, 독자 투표에서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1위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한 평론가는 그를 “세대 간의 차이와 갈등, 그리고 소통에 대한 문제를 가장 능숙하게 다루는 작가”라고 평했습니다. 성해나 스스로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빛과 어둠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것’이라 정의합니다. 첫 소설집 『빛을 걷으면 빛』이 지닌 온기와 희망, 그리고 『혼모노』가 품은 서늘함과 날카로움 모두 자신의 일부라는 것입니다. 그는 작가란 “사회의 통증을 함께 앓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믿으며, 글쓰기를 통해 사회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그 안에서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합니다.
마치며
성해나는 독자에게 편안한 길을 안내하는 작가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를 낯설고 불편한 ‘회색 지대’로 데려가 섣부른 판단을 멈추게 합니다. 그의 소설을 읽는 것은 타인을, 그리고 나 자신을 쉽게 안다고 말하는 대신, 그 알 수 없는 심연을 끈기 있게 들여다보는 ‘느린 인정’의 여정에 동참하는 일입니다. 지금 우리 시대의 가장 복잡한 풍경을 가장 정직하게 그려내는 그의 다음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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