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어른이를 위한 안내서
언제부터였을까. SNS 속 반짝이는 타인의 삶과 나를 비교하고, ‘나만 뒤처지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잠 못 이루던 밤이 잦아졌다. 세상이 정해놓은 성공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발버둥 치면서도, 마음 한구석은 늘 공허했다. 진짜 ‘나’는 사라지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껍데기만 남은 기분. 바로 그때, 제목부터 내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책, 김수현 작가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를 만났다. 이 책은 수많은 ‘어른이’들에게 왜 우리가 그토록 힘들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다시 나로 바로 설 수 있는지 다정한 목소리로, 하지만 더없이 명쾌하게 알려주는 인생 안내서와 같았다.
위로를 넘어선 실용적인 처방전
이 책이 여타 힐링 에세이와 다르게 느껴졌던 가장 큰 이유는 막연한 위로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작가는 ‘나로 살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To do list’ 형식으로 제시한다. ‘내게 친절하지 않은 사람에게 친절하지 않을 것’, ‘인생에서 숫자를 지울 것’, ‘스스로에게 변명하지 않을 것’ 등 목차만 읽어도 속이 시원해지는 조언들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당장 내 삶에 적용해볼 수 있는 현실적인 처방전이었다. 특히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 애쓰다 인간관계에 지쳐버렸던 나에게 ‘모든 이에게 이해받으려 애쓰지 말 것’이라는 조언은 나를 옥죄던 의무감에서 벗어날 용기를 주었다.
더욱 인상 깊었던 것은 나의 불안과 자괴감이 온전히 내 탓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사회학적 관점에서 풀어준다는 점이다. 집단주의 문화 속에서 타인의 시선을 통해 나를 부끄럽게 여기는 ‘수치심의 문화’나, 노력이 부족하면 가난한 것이 당연하다는 식의 불평등한 공식을 비판하는 대목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나의 감정이 지극히 개인적인 나약함이 아니라, 사회 구조 속에서 많은 이들이 느끼는 보편적인 문제임을 깨닫는 순간, 비로소 나 자신을 너그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감성에만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이성적인 근거를 통해 공감을 이끌어내는 방식은 이 책이 주는 위로를 한층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작가가 직접 그린 아기자기한 일러스트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들을 부드럽게 중화시키며 책장을 쉽게 넘기게 하는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나답게 살 용기가 필요한 당신에게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는 한 번 읽고 덮어두는 책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잃고 헤맬 때마다 꺼내보고 싶은 마음의 구급상자 같은 책이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완벽하지 않은 나를 사랑하는 법을, 부당한 평가에 주눅 들지 않는 법을, 그리고 나만의 속도로 내 인생을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세상의 정답이 아닌 나의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주었다.
만약 남들처럼 살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면, 혹은 자존감을 높이는 책을 찾고 있다면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특히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20대 추천도서로, 혹은 수많은 역할 속에서 자신을 잃어가는 30대 추천도서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이다. 이 책은 당신에게 괜찮다고, 당신은 아무 잘못 없다고, 그러니 이제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고 당당하게 선언하라고 등을 두드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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