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쁨’이라는 함정에 빠진 나에게
언제부턴가 제 하루는 ‘할 일 목록(To-do list)’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수많은 업무와 약속, 개인적인 목표들이 머릿속을 맴돌았죠. 스스로를 ‘멀티태스킹의 달인’이라 여기며 동시에 여러 창을 띄워놓고 일하는 것을 능력이라 착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바쁘게 움직일수록 공허함은 커졌고, 정작 중요한 일들은 계속 뒤로 밀리는 악순환이 반복되었습니다. ‘열심히 살고 있는데, 왜 나는 제자리를 맴돌고 있을까?’라는 자괴감이 들 무렵, 마치 내 마음을 꿰뚫어 본 듯한 제목의 책, 게리 켈러와 제이 파파산의 『원씽(The ONE Thing)』을 만났습니다.
책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 성공은 ‘뺄셈’에서 시작된다
이 책이 제게 던진 메시지는 충격적일 만큼 단순했습니다. “성공은 더 많은 일을 해내는 것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단 하나’에 집중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저자들은 우리가 성공에 대해 흔히 가지고 있는 믿음들이 사실은 우리를 지치게 만드는 ‘거짓말’에 불과하다고 단언합니다. 성공은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해내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일 하나를 하고, 그다음에 또 다른 올바른 일을 하는 ‘순차적인 과정’이라는 것이죠.
이 개념을 가장 잘 설명하는 것이 바로 ‘도미노 효과’ 비유입니다. 하나의 도미노는 자신보다 50% 더 큰 도미노를 쓰러뜨릴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고 합니다. 즉,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도미노(나의 원씽)를 제대로 찾아 쓰러뜨리기만 한다면, 그 뒤에 있는 거대한 목표들도 연쇄적으로 쓰러뜨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비유를 통해 저는 그동안 무작정 많은 도미노를 세우려고만 했지, 어떤 도미노를 가장 먼저 쓰러뜨려야 할지에 대해서는 전혀 고민하지 않았음을 깨달았습니다.
특별히 와닿았던 부분들: 나의 통념을 깨부순 진실들
1. 성공을 가로막는 ‘여섯 가지 거짓말’
이 책은 우리가 생산성에 대해 가지고 있던 신화들을 하나씩 깨부숩니다. 그중에서도 제게 가장 큰 충격을 준 거짓말은 두 가지였습니다.
-“멀티태스킹은 능력이다”라는 거짓말: 저는 멀티태스킹이 현대 사회의 필수 능력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책에서는 멀티태스킹이 실제로는 집중력을 분산시켜 생산성을 최대 40%까지 떨어뜨리는 ‘해로운 거짓말’이라고 지적합니다. 우리는 동시에 여러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여러 작업 사이를 정신없이 오가는 ‘과업 전환(task-switching)’을 하고 있을 뿐이며, 그 과정에서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멀티태스킹에 능한 사람들은 오히려 "중요하지 않은 것에 쉽게 현혹되는 사람들"일뿐이라는 연구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일과 삶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거짓말: ‘워라밸’은 모두가 꿈꾸는 이상향이지만, 저자들은 비범한 성과를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균형이 깨질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대신 ‘중심 잡기(Counterbalancing)’라는 개념을 제시합니다. 일, 가족, 건강, 친구, 진실성이라는 다섯 개의 공을 저글링 한다고 상상해 보세요. 이때 일은 떨어뜨려도 다시 튀어 오르는 ‘고무공’이지만, 나머지 네 개는 깨지면 끝인 ‘유리공’입니다. 완벽한 균형을 추구하기보다, 유리공이 깨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중심을 잡으면서 일이라는 고무공에 집중적으로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는 통찰은 제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2. 모든 것을 관통하는 ‘초점 질문’
그렇다면 어떻게 나의 ‘원씽’을 찾을 수 있을까요? 책은 아주 구체적이고 강력한 도구를 제시합니다. 바로 ‘초점 질문(The Focusing Question)’입니다.
“당신이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일, 그것을 함으로써 다른 모든 일들을 쉽게 만들거나 필요 없게 만들 바로 그 일은 무엇인가?”
이 질문은 막연한 목표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바꿔주는 힘을 가졌습니다. ‘큰 그림’(나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가?)과 ‘작은 초점’(그 목적을 위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에 모두 적용할 수 있어, 원대한 비전과 오늘의 실천을 연결해 줍니다. 예를 들어, ‘언젠가 경제적 자유를 이루겠다’는 막연한 목표를 이 질문에 대입해 ‘5년 안에’, ‘올해’, ‘이번 달’, ‘오늘’, 그리고 ‘지금 당장’ 해야 할 단 하나의 일로 쪼개다 보면, 결국 ‘책 한 페이지 읽기’와 같은 아주 작고 구체적인 첫 번째 도미노를 발견하게 됩니다.
익숙한 진리를 실행 가능한 시스템으로
솔직히 말해, 이 책에서 소개하는 파레토 법칙이나 습관의 중요성 같은 개념들은 다른 자기 계발서에서도 여러 번 접했던 익숙한 내용일 수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낡은 상투어의 재탕’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원씽』의 진정한 가치가 새로운 개념의 발명이 아닌, 검증된 진리들을 ‘초점 질문’이라는 강력한 엔진을 통해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단순하고 응집력 있는 시스템으로 통합했다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원씽’에만 과도하게 집중하다 보면 다른 중요한 가치를 놓치는 ‘목표 고정’의 위험에 빠질 수도 있고 , 매일 4시간씩 ‘원씽’에만 집중하라는 조언은 특정 직업군에게는 비현실적으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맹목적인 성공 지상주의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수많은 선택지와 정보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대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스스로 찾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시간을 확보하고(타임 블록킹) , 방해 요소를 차단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실용적인 가이드에 가깝습니다.
정답이 아닌, 올바른 질문을 얻다
『원씽』은 제게 더 많은 일을 처리하는 비법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제 손에 들린 할 일 목록의 대부분을 과감히 지워버릴 용기를 주었죠. 이 책은 복잡한 인생의 모든 문제에 대한 '정답'을 주는 책이 아닙니다. 대신, 그 모든 문제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단 '하나의 질문'을 던지는 법을 알려줍니다.
만약 당신이 저처럼 늘 시간에 쫓기고, 수많은 목표 앞에서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함을 느끼고 있다면, 이 책을 통해 당신의 삶을 바꿀 ‘단 하나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시길 강력히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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