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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의 문장들

불안이 괴로운 날,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가 알려준 심리학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백세희

불안이라는 감정과 친해지는 법

가끔 그런 날이 있습니다. 별다른 일이 없는데도 마음이 푹 꺼지고, 이유 없이 가슴이 조이며,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조용히 혼자 있고 싶은 날 말입니다. 그런데도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웃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그런 나날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저는 불안을 없애기보다 불안과 함께 살아가는 연습이 더 필요하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이 포스팅에서는 책 속 인상 깊은 문장들을 중심으로, 심리학적으로 불안을 어떻게 이해하고 다룰 수 있는지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말하는 게 너무 지쳤다”

책을 읽으며 이 문장에서 오래 머물렀습니다. 저 역시 그랬고, 많은 사람들이 그럴 것입니다. 진짜 감정은 눌러두고 “잘 지내요”, “괜찮아요”라고 말해버리는 익숙한 습관 말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행동을 감정 억제(suppression)라고 부릅니다. 갈등을 피하거나 나약해 보이고 싶지 않을 때, 우리는 감정을 감춥니다. 하지만 억눌린 감정은 장기적으로 심리적 스트레스와 피로를 유발하며, 우울과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가끔은 이렇게 말해도 괜찮습니다. “저 사실 오늘은 좀 힘들어요.”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약함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지키는 방법입니다.

 

“내가 힘든 이유를 말하면, 사람들은 조언을 했다. 나는 조언이 아니라 공감이 필요했다”

이 문장 또한 많은 분들이 공감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았을 때 돌아오는 "그러니까 네가 그때..." "그럴 땐 이렇게 해보는 게 어때?"와 같은 조언들. 선의에서 나온 말이지만, 마음에 닿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심리학에서는 공감(empathy)과 문제 해결(problem-solving)을 명확히 구분합니다. 공감은 “그랬구나, 정말 힘들었겠구나”처럼 상대의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문제 해결은 “그러니까 이렇게 해보는 게 어때?”처럼 해결책에 초점을 둡니다. 우리가 힘들 때 필요한 것은 대부분 공감입니다. 마음이 먼저 공감받아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누군가 힘들다고 털어놓을 때, 이렇게만 말해도 충분합니다. “그랬구나. 정말 힘들었겠다.”

 

“그럴 때마다, 그냥 떡볶이를 먹기로 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이 문장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삶의 방향을 바꿔주는 극적인 해결책은 없지만, 내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이 있다는 메시지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행동 활성화(Behavioral Activation)라고 부릅니다. 기분이 좋지 않을수록 우리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지만, 실제로는 ‘기분이 나아지면 행동하자’보다 ‘행동하면 기분이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입니다. 산책, 좋아하는 노래 듣기, 따뜻한 커피 한 잔, 평소 즐겨보던 영상 보기 등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행동들이 오히려 우리를 회복시켜 줄 수 있습니다.

 

불안과 조금 덜 불편하게 살아가는 연습

책을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안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지만, 그 감정을 덜 불편하게 만드는 연습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저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방법으로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1.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기
→ “오늘 좀 불안해요”, “기분이 가라앉아요” 자기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시작됩니다.

 

2. 나만의 ‘떡볶이’를 찾기
→ 저에게는 라벤더 향, 고양이 영상, 좋아하는 노래가 그런 존재입니다. 당신의 ‘작은 기쁨’은 무엇인가요?

 

3. 공감을 주고받는 관계 만들기
→ 조언보다 공감이 더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서툴더라도, 누군가에게 “그랬구나” 한마디를 건네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길 바랍니다.

 

마무리하며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단순한 우울증 에세이가 아니었습니다. 불안하고 상처 입은 자신을 진심으로 들여다보려는 한 사람의 고백이자, 우리 모두의 마음을 대신해 주는 말들이 담긴 책이었습니다. 불안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감정을 인정하고, 소소한 기쁨을 찾고, 따뜻한 관계 속에서 우리는 불안과 공존할 수 있습니다. 오늘도 마음이 흐린 날이라면, 이 책 한 권과 함께 스스로에게 말해보세요.

 

“불안하지만, 떡볶이처럼 살아갈 수 있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2권 심리학 리뷰 보러가기